세상을 바라볼 때, 마음이 답답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경쟁은 끝없이 치열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각자의 울타리 속으로 숨어든다. 포용과 낭만의 언어는 사라지고, 대신 물질과 성과가 사람의 가치를 재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눈에 보이는 성취만이 인정받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인간다움마저 잃어버린 듯하다.
사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함께’라는 단어는 낯설어지고, 이기심이 너무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장 잃어버린 것은 돈도, 시간도 아닌 바로 사랑의 감각이 아닐까.
얼마 전, 아티스트 한로로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집’이라는 앨범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왜냐면 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이 짧은 한 문장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는, 우리가 처한 현실의 차가움과 모순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끝내 손을 놓지 말아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나 역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고 거칠어도, 사랑은 여전히 우리를 사람답게 하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아이유의 노래 〈Love wins all〉 역시 같은 울림을 준다. 사랑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벽 속에서도 끝까지 서로를 향해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삼아 승리를 꿈꾸는 일이 어쩌면 터무니없이 순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만이 이 시대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거대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길을 걷다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 건네는 미소,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짧은 메시지, 나와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태도. 이런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의 씨앗이다. 그것이 쌓여 공동체를 만들고, 무너져가는 관계를 회복시키며, 차가운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사랑을 단순히 로맨스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자 연민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내 옆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의지까지 모두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는 혐오와 갈등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논쟁이나 더 큰 목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 작은 친절, 느리지만 꾸준한 배려가 우리를 지켜낸다. 사랑은 거창하지 않지만, 언제나 가장 강력한 힘이다.
현실이 고단하고 어려움이 많더라도, 사랑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신념이 아닐까. 예술가들이 노래하는 사랑은 단지 이상적인 꿈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그 행동들이 모일 때,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사랑은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
그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